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의 첫 주자이자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은메달리스트 니콜라이디스의 손에서 올림픽 수영금메달리스트 뤄쉐줸(羅雪娟)이 성화를 넘겨받는 순간은, 그녀가 베이징올림픽 성화를 처음 손에 든 중국인으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20세 때 이미 2004년 아테네올림픽 성화 봉송자로 뛰었던 뤄쉐줸은 성화 봉송이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번처럼 ‘중국인 최초 주자’라는 영예를 안고 뛰는 것은 더욱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매우 영광스러운 동시에 책임감도 크다. 모든 중국의 운동선수, 심지어 모든 중국인을 대표해 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성화에 불을 밝히기 전에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수영선수로 살아오면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 세 가지 순간을 맞게 된 것은 그녀에게 큰 행운이었다. 올림픽 결승전에서 결승점을 향해 스파트를 올리던 순간,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국기가 오르고 국가가 울리던 그 순간, 베이징올림픽의 성화를 인계 받고 다음 주자에게 인계해 주는 순간이 그것이다. 이 모든 순간은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매 순간이 모두 기념할 만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1위로 경기를 마무리하던 그 순간은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이 그녀와 중국의 수영계에 큰 기쁨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뤄쉐줸은 7세 때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프로팀에 입단할 나이가 되었을 때 그녀를 원하는 팀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의 가족이 광저우(廣州)의 부대팀에 연락을 했을 때, 책임자로부터 “당신의 자녀는 그저 평범하다. 입단하려면 3만 위안을 지불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저장체공(浙江體工)팀에서 1년여를 훈련한 후, 1996년 장야둥(張亞東) 코치의 지도 아래 훈련하게 되었다. 당시 뤄쉐줸의 키는 1.56m에 그쳤고, 접영과 자유영이 크게 부진했다.
시드니올림픽은 본래 그녀가 크게 실력을 떨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당시 중국 수영팀은 최근 2년간의 경기 참가 성적을 평균 내어 종목별 선수를 선발했기 때문에, 뤄쉐줸은 당시 가장 좋은 실력을 보이던 100m 평영에 참가하지 못했다. 당시 그녀의 취약 종목인 200m 접영에서 각축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유감스럽게도 8위라는 성적으로 첫 올림픽경기 출전의 경험을 마감해야 했다.
올림픽경기에서의 이상적이지 못한 결과는 코치와 선수를 실의에 빠지게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녀의 강한 스파트와 동작의 조화로움 등에 주안점을 두어 전문화 훈련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굳혔다. 장야둥은 뤄쉐줸을 위해 착안한 독창적인 훈련법 ‘적극성 조절(훈련과 조절을 병행)’을 실시했다.
장코치의 세심한 관리에 힘입어 뤄쉐줸의 능력에도 실질적인 향상이 왔다. 2000년 지난(济南)에서 열린 전국우수선수권대회 및 올림픽 선발전 중 큰 두각을 나타내 일류 선수권 대열로 들어섰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1분 06초 64의 성적으로 여자 100m 접영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기록하면서, 운동선수 생애 최고 황금기를 맞았다. 전 중국 수영팀 총코치 천윈펑(陳運鵬)은 “뤄쉐줸은 기초가 잘 다져졌다. 명실상부한 ‘평영 여왕’이다. 만일 훈련의 강도를 높인다면 200m 접영도 제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4년 아테네에서 뤄쉐줸은 중국 대표팀에 유일한 올림픽 금메달 한 개를 안겼다. 이것은 운동선수로서의 그녀의 역사에 가장 좋은 성적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그녀가 베이징올림픽에서 다시금 정상에 오를 것을 점치고 있지만, 그녀는 건강 상의 이유로 작년에 은퇴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뤄쉐줸 본인도 매우 아쉬워한다. “은퇴는 나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우승한 선수로서, 사실 2008년 올림픽에서도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픈 심정이다. 특히 수많은 노장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수영계를 떠난 요즘, 그녀는 여전히 중국의 체육계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2008년 올림픽을 위해 작게나마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 동시에 그녀는 이전의 소망대로 자신을 위해 충전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현재 그녀는 베이징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열심히 공부할 계획이며,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많이 배울 생각이다. 특히 영어를 열심히 배우고 싶은데,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면 외국의 선수 및 여행객들과 더욱 가깝게 교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야무지고 귀여운 뤄쉐줸은 보통 여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몸치장을 좋아하고 유행을 따르며 좋아하는 스타도 있다. 풀리지 않는 어려움을 만나면 그녀는 장야둥 코치를 찾곤 한다. “얘기 좀 하자”고 하면 장코치가 잘 들어준다. 중국인들과 매스컴이 친근하게 ‘뤄뤄(罗罗)’라고 부르는 이 항저우 아가씨는, 운동선수일 때는 아름다움과 개성으로 이름나기도 했다. 성화 봉송자가 된 지금도 그녀의 아름다움은 여전하지만, 복장은 기타 수많은 베이징올림픽 성화를 봉송하게 될 주자들과 마찬가지로 소박한 운동복이다. 그녀는 “이번에는 나만의 개성을 살리지 않을 것이다. 중국 국민을 대표해 나서는 것이므로 가장 평범한 이미지로 나타날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이제 뤄쉐줸의 신분은 국제관계를 전공하는 베이징대학의 학생이다. 인터뷰 시 그녀는 “사람은 늙어가는 것이고, 늙어서도 공부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앞으로 미국에 가서 더욱 깊이 공부할 생각도 있다. 외국에 나가서 보고 배우면, 나의 경험과 지식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외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그녀는 언젠가 운동선수의 멋진 모습을 꼭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후 종사하게 될 직업도 스포츠와 관련 있거나 수영과 관련 있는 것이길 바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