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규모의 인구를 관리하는 중국정부의 통제력은 익히 알려진 대로이지만, 때때로 위기에 대처하는 정부의 문제해결 및 인력 동원 능력은 일종의 경외심마저 자아낸다. 지난 8월 10일의 사례가 그 대표적인 예다.
런던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오던 8월 8일, 나는 BA39편 항공기에 탑승한 다른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발열 증세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건강 증명서 한 장을 작성하고 전화번호와 주소 등의 연락처를 상세히 기재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나는, 속으로 만약 정말로 신종플루에 감염된다고 해도 관련부서의 조치가 발병과정에서 접촉했던 사람들을 격리시키는 데서 그칠 것이라 예상했다. 이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계산이었다. 그러나, 9일 오전 9시경, 나는 스스로 신종플루에 대처하는 중국정부의 태도를 과소평가했음을 시인할 수 밖에 없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듣기 좋은 목소리의 한 여성이 내게 체온을 잰 뒤 결과를 알려줄 것을 요청해왔다. 중국 질병관리본부의 근무요원이라는 그녀는 "걱정하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영국에서 입국한 다른 승객들에게도 모두 문제가 없다고 말해주었다.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하고 나서, 나는 이제는 정말 끝이 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오후 5시, 다시 전화가 울렸고 또 다시 같은 요청이었다. "뭔가 잘못되었나 보군요" 하고 나는 수화기 너머의 여성에게 설명했다. (두 번째 전화에서 그녀는 지난번과 달리 영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첫 번째 전화에서의 내 중국어 실력이 형편없었음을 증명했다) "오전에 이미 한번 체온을 쟀는데요." "잘못된 것이 아니랍니다" 하고 그녀는 대답했다. "저희는 앞으로도 7일간 매일 오전과 오후에 전화를 통해 당신의 체온이 정상인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에요." 매일, 하루에 두 차례씩, 그것도 일 주일 연속이나? 놀라운 일이었다.
이와 같은 조치의 구체적인 적용대상이 해외에서 중국으로 입국한 모든 사람, 혹은 전체 외국인들, 혹은 나와 같은 '고위험지역'인 영국으로부터 입국한 외국인들에 그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상황에서든지 업무량이 실로 엄청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공항에서 승객들이 작성한 산더미 같은 서류들을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하고,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질병관리본부 콜센터로 발송하는 과정을 한번 상상해 보라. 그 번거로움은 아마도 혀를 내두를 정도일 터. 내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처음 받은 전화가 입국 뒤 12시간 이내에 걸려온 것만 보더라도, 이들의 업무진행이 얼마나 신속하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다.
얼마 전 어디에선가 읽었던 기억에 의하면, 세계 보건기구는 신종플루가 이미 확산될 대로 확산되었으므로 추적이나 격리 조치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생각은 이와는 확실히 다른 듯하다. 이 같은 중국정부의 대응책이 겨울까지 지속되어 만일 발생할 신종플루의 변종 바이러스까지도 대비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든 간에, 중국정부가 현재 신종플루 전염을 억제하기 위해 쏟는 이 모든 노력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요전에 내가 중국에서 영국으로 돌아갔을 때, 많은 이들이 내게 비슷한 농담을 건넸다. "다시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긴 하지만…설마 신종플루에 걸려서 온 것은 아니겠죠?" 그 때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며, 영국이야말로 중국보다 신종플루에 감염되기 쉬운 장소라고 받아 치곤 했다. "네? 그게 정말인가요?" 하고 놀라며 반문하는 그들에게 나의 대답은 매번 한결같았다. "물론 정말이고 말고요." 다시 중국에 온지 2주째인 지금, 나는 아직도 많은 이들이 당연하게 믿고 있는, “중국에서는 '좋지 않은 전염병'을 얻기 쉽다”는 예의 편견들에 대해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런 편견을 가진 많은 영국인들 앞에서 내가 으레 중국 편에 서서 변호하길 서슴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8월 10일자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