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통 회화 가운데서도 특히 문인화(文人画: '사부화[士夫画]'라고도 불리는 중국 전통 회화의 일종으로, 중국 봉건시대의 문인과 사대부들의 그림을 가리킴)의 발전사에서 명나라 시대는 시기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무렵, 많은 문인 출신 화가들은 유교의 전통사상에 맞서 낡은 화풍을 과감히 버리고 여러 가지 대담한 시도를 했다. 중국 남조 시대 화가 사혁(谢赫)의 저서 '육법론(六法论)'은 화가들에게 정신의 '기운생동(气韵生动: 동양화에서 육법의 하나로, 천지 만물이 지니는 생생한 느낌이 표현되는 일)을 처음으로 제창해 문인 화가들의 오랜 추앙을 받았다. 육법론의 영향으로 청나라 시대에는 화가의 개성과 심리묘사를 강조한 '대사의(大写意: 그림에서, 사물의 형태보다는 그 내용이나 정신에 치중하여 그리는 일)' 화가들이 나오기도 했다. 명나라의 화가 서위(徐渭)는 자신이 그림에 추구하는 바를 '귀본색(贵本色: 본성을 귀히 여긴다는 뜻)'이라 하여 화가가 창작에 있어 자신의 본심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자유분방하고 거침 없는 내용의 시와 글씨, 그림을 다수 남겼다. 청나라 시인 원목(袁枚)은 더욱 과감하게 '사심불사도(师心不师道: 도리가 아닌 마음에 따른다는 뜻)'를 내세워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잣대에서 벗어나 순수한 창작 욕구를 표현할 것을 주장했다. 현대 중국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많은 젊은 화가들은 여전히 이 '사심불사도' 정신을 통해 화가 자신의 개성과 고집을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 중국 미술계의 주목 받는 화가, 량원보(梁文博) 역시 그중 한 사람이다.
옌타이 출신의 량원보는 1979년에 산둥예술대학에 입학해 동양화를 전공했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소묘 훈련과 과제 수행을 통해 그는 착실하게 기본기를 완성해 나갔다. 1983년 졸업한 량원보는 대학에 남아 강단에 서기 시작했다. 1991년부터는 중앙미술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가면서 루첸(卢沉), 저우스총(周思聪), 쟝차이핑(蒋采萍) 등 명사들에게 사사받았고, 이를 계기로 그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학생시절이던 1980년 작품 '어귀(渔归)'가 제2회 중국전국청년미술전에서 입상한 이래, 그의 작품은 제 6, 7, 8, 9회 대회에서 연이어 입상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 1997년에는 중국 문화예술연합과 중국 미술협회가 뽑은 '97 중국 100대 화가'에 선정되며 중국 미술계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했다. 량원보가 한창 미술 공부에 매진하던 시기에 '생활 속 미술'은 미술학도들이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할 숙제처럼 여겨졌다. 그 시절 학생들은 외딴섬 어촌마을과 험준한 산골짜기를 직접 발로 뛰며 소재 찾기에 힘썼다. 소탈하며 진중한 사람됨만큼이나, 량원보는 평범한 소재에서 사람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낼 줄 아는 화가다. 안개가 내려앉은 숲 속 오솔길, 농부들이 땀 흘리며 노동하는 모습, 모녀간의 애틋한 가족사랑이 그의 그림엔 풀꽃 내음처럼 녹아 있다. 그가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삶의 의미와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은 오늘날 그의 성공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량원보의 예술적 감수성의 또 다른 원천은 행복한 가정이다. 그의 많은 작품이 아내와 딸이 함께 하는 작은 화실 안에서 완성되곤 한다. 조용한 밤, 숙제를 하는 딸과 뜨개질을 하는 아내 곁에서, 그는 말없이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다. 가족과의 평화로운 일상은 그의 화풍에 따스한 정감을 불어넣었다. 중국의 명화가 치바이스(齐白石)는 '정해진 틀이 없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손이 닿은 흔적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량원보의 그림은 작품 속 소재와 하나가 되어 더함도 부족함도 없다. 그의 작품 '붉은 양탄자(红地毯)' 연작은 바로 그렇게 자연스러운 느낌에서 탄생되었다.
화가 약력
량원보. 1956년 산둥성 옌타이시에서 태어났다. 1983년 산둥예술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중국 미술가협회 회원, 산둥성 인민정치협상위원회 상임위원, 산둥예술대학교 교수, 석사생 지도교수와 미술학과 부학장에 재직중이다. 중국 문화부와 중국 미술협회에서 주최하는 '중국미술 100년전', '중화 세기의 빛 중국미술전', '션젼 국제수묵화전'에 출품했다. <현대 동양화 걸작선-- 량원보>와 <100대화가 량원보 작품집> 등 다수의 화집을 펴냈다.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현대 동양화 우수작품전서에 산둥지역 10대 화가로 선정되었다.